회사를 차리고 초창기에는 꾸려나가기에 바빠서 Item개발, 홍보, 직원, 거래처확보, 자금조달,수금등 코앞에 닥친 일들에 급급하다 보면 세월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도 모르게 후딱 지나가 버리게 된다.
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회사자체의 기업이미지관리에도 눈을 돌리 게 마련이다.
벤처기업,이노비즈기업,ISO인증,GMP인증,HACCP인증,해외인증,언론매체소개기업,유명전시회출품, 유망중소기업인증등에서.......코스닥등록까지 회사를 대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수단도 엄청 다양해 졌다.
또한 예전과는 달리 조금만 신경 써서 둘러보면 수많은 중소기업지원제도들이 있는 데 그 지원혜택은 위에 열거한 인증,등록등을 많이한 기업들에게 가산점을 주고 대외적으로도 객관적인 평가기준이 되므로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로서는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지원혜택들은 정부,지자체,산하기관,산학협력체등에서 저리의 융자금,홍보,전시회지원,병역특례기업지정,특허지원등, 잘만 활용하면 가뭄에 단비처럼 회사의 원가를 줄이고 한 단계 도약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들이 널려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모든 프로그램들은 가까스로 힘겹게 버텨나가고 있는 한계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은 거의 없다. 기업지원이란 게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사람을 지원해주는 것 같은 사회복지차원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될 성부른 나무에 거름이나 비료를 공급해서 어떤 형태로든 공급된 자금이 사회에 환원이 가능해야하므로 어느 정도 안정성이나 가능성이 있고 Survival할 수 있는, 능력이 검증되는 기업만을 골라서 지원하는 게 경제논리로는 맞다. 실무자들도 나중에 문책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허나 그 지원에 가장 목말라하는 기업들은 실질적으로 어려운 회사들이고 개중에는 조금만 수혈을 받아서 조금만 버티면 기사회생하여 도약할 수도 있는 기업들도 있겠지만, 보이지 않는 그 경계선을 넘지 못하고 그림의 떡에 불과한 지원프로그램을 조소하며 변방에서 도태되고 사라져 가는 경우도 많은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자금이나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해서 열심히 뛰어다니는 업체들은 자격미달로 널려 있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반면, 오히려 재무제표가 좋은, 그래서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여유있는 기업체들에게는 은행지점장이 와서 저리의 지원 자금을 특별우대금리로 해 주겠다고 권유도 하고 지자체에서는 지원대상의 우선순위로 혜택을 주는 왜곡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0년전 이 땅에 벤처열풍 아니 광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IMP프로그램에 기존의 경제패러다임이 박살이 나고 나라전체가 풀이 죽어 있던 한국의 상황에 바다 건너 상륙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IT수익구조사업은 구세주 같은 새로운 돌파구로 여겨졌고 그러한 분위기는 급속하게 확산되어서 너도 나도 뛰어들어서 풀 베팅을 했고 새롬같은 주식은 상장6개월 만에 150배나 폭등하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상황이 곳곳에 연출되었다. 봉급쟁이해서 평생만지지도 못하는 돈을 몇 달 만에 벌었다는 사람들이 속출하면서 코스닥시장은 완전히 돈 놓고 돈 먹는 도박판화 되다시피 했다. 회사나 생업현장에서 근면성실하게 근무하고 알뜰살뜰 살림꾸려가면서 꾸준히 푼돈 모아 저축해서 내 집 마련하고 Step by step 나아가며 노후를 설계하는 전형적인 생활패턴이 깨어지고 불과 몇 개월의 단기간에 10년 20년간, 아니 평생가도 만지지 못하는 목돈을 걸머졌다는 사람들이 속출하면서 그 조류에 편승하지 못한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허탈해 하던 상황이 만연되었다.
벤처기업만 차리면 투자금이 몰려오고 코스닥상장만 하면 스톡옵션을 가진 임원뿐만 아니라 우리사주를 받은 직원들까지 대박이 나고……. 내부 정보를 공유하며 주식을 선취해서 몇 배 남기고 끼리끼리 작전을 해서 테마주라고 수십 배 뻥튀기해서 돈 벌고…….그야말로 광란의 도가니탕 이였다.
회사 창업 2~3년 만에 수백억대 매출을 올리는 회사들은 연일 매스컴에 오르며 사회경험도 못한 풋내기 대학생들조차 20대에 벤처사창업을 하고 정말 가관도 아니었다.
당시엔 결혼상대 1순위가 벤처기업가라는 웃지 못 할 시추에이션이 벌어지고 있었다.
Venture기업이란 무엇인가? venture란 말 그대로 위험하고 투기적인 요소이므로 벤처기업은 당연히 불 안정적이고 위험하지만 어떤 가능성은 있기에 베팅을 잘 하면 그 Risk에 상응하는 고수익을 일반기업보다 더 챙길 수 있다는 정도, 쉽게 말해 아편장사가 돈을 벌다는 정도로 이해해야 정석일 것이다.
대표적인 성공한 벤처기업가 안철수KAIST 석좌교수가 안철수 연구소 설립 10주년에 이렇게 말했다. “기업의 10년 생존확률은 1%일테고,벤처기업의 생존확률은 일반기업의 10분의 1이하라고 본다면 0.1%도 안 되는 확률을 뚫고 살아남은 셈” 이라고……. 내가 보기엔 좀 과장이 된 듯한데, 만일 안철수연구소같은 규모의 기업을 전제로 했다면 그 보다 몇십배 더 희박한 배수가 적용되어야겠지만 단지 기업다운 존재로 Survive한 생존확률 자체라면 그 정도까지 아니라 본다. 어쨌든 그의 말대로라면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벤처에 투자한다는 것은 경마장에서 마권 사는 것보다도 몇십배 더 무모한 짓임에 틀림이 없을 터이다.
벤처열풍의 간판기업들이었던 새롬,메디슨,터보테크,텔슨전자,VK같은 기업들은 거의 대기업수준에 해당되는 규모까지 갔다가 결국 공중 분해되었는데 그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수천 명에 이르는 직원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또 일확천금을 노리고 막차를 탄 수십만에 이르는 개미투자자들의 피눈물과 탄식만이 남은 게 아니다.
자본금에 몇 십 배에 달하는 기보, 신보, 지차체지원자금은 말할 것 없고 죄 없는 영세 협력업체나 납품업체들도 그 공중분해의 파편에 맞아서 깊은 피해를 봤을 터이다.
결과론적이지만, 그런 기업들에게 쏟아 부은 지원 자금이나 특혜를 다른 한계기업에게 돌렸다면 적어도 수십 개의 중소기업들이 살아 날 수 도 있었겠지. 우리한테 몇 천분에 1만 지원해 줬어도 감지덕지하며 요긴하게 썼을 텐데…….
어쨌든 그들이 승승장구할 때는 상대적으로 위축되어 경외심도 가졌고 벤처기업들은 감히 넘보지 못할, 노는 물이 다른 영역의 기업들이라 여겼었다.
하지만 벤처열풍이 지나가고 벤처기업들에 대한 인식이 몇 단계 하향 조정되어 벤처기업가가 일등신랑감이라는 말이 고전으로 되어가고 벤처기업에 다닌다는 게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시대로 전환될 즈음 주변에 벤처기업간판을 다는 기업들이 하나, 둘 늘어나는 게 눈에 띄었다.
미니스커트이론이 있다. 미니스커트가 유행하자 자신의 늘씬한 각선미를 남들 한데 자랑하고 싶은 여성들이 미니스커트를 입기 시작했다. 자신의 다리에 대해서 썩 자신은 없었지만 제 눈에 안경이라고 그런대로 괜찮지 않을까하고 조바심을 가지던 여성들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나온 사람들의 다리통들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다가 보니 자신보다 별로 나을 것 같지 않은 여성들도 제법 눈에 띄니까 용기를 내서 미니스커트를 입기 시작한다, 그러자 저 정도도 입고 나오는 데 나라고 못 입을 소냐하고 그 보다 못한 무우통들도 입기 시작하고, 나중에는 각선미와 관계없이 누구나가 다 입을 수 있는 복장의 한 패턴으로 간다는 거다. 아마도 처음에 각선미자랑하려고 입었던 여성들 중에는 이렇게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겠지 ‘개나 소나 다입는다’고
내가 보기엔 아무리 벤처기업이 한물 갔다기로 손, 저런 기업까지 벤처 인증을 다 해주나? (한때는 룸살롱까지도 벤처타운에 입주했다고 벤처기업인증을 받은 웃지 못 할 경우도 있었다)
주위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기업이 벤처기업간판을 다는 것을 보고는 나도 한번 신청해 볼까? 하는 욕심이 동했다. 2003년,2004년도만 해도 아직까지 벤처기업에 대한 가산점과 지원제도가 제법 살아 있는 시점이었다. 그리고 우리 같이 대외적으로 내세울 게 없는 소기업에서야 그런 간판이 없는 것보다는 백번 나았다.
관심은 있었어도 솔직히 별 기대를 하진 않았다. 인증요건을 들여다 보니까, 연구소를 보유하고 해당기관에서 사업성이 우수하다고 인정이 되거나, 벤처투자기관으로부터 투자가 되었든가, 중진공이나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기술성 평가를 받고 순수신용대출을 받았거나, 국책기술과제를 수행하거나, 분류된 고도기술을 수반하는 신기술기업요건에 해당되는 기업만이 해당되었기 때문이었다.
기껏 갖다 붙여 봐야 신기술기업에나 해당되려나? 도데체 다른 회사들은 어떻게 받았을까?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