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실패한 아이템 |
|
 |
|
털털이 |
|
 |
|
2009-05-29 |
|
 |
|
5439 |
|
 |
|
|
|
지금까지 올린 글들을 보면 웅비가 겪어온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어도 결과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거나
위기가 반전되어 오히려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미화된 부분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극적인 효과를 연출하기 위해서 있지도 않은 사실을 꾸미거나 상황을 의도적으로 과장하지는 않았다.
그러면 항상 실패 없이 승승장구만 했는가 하고 묻는다면 그렇다라고 대답은 못할 것이다.
단지 올린 내용들이 대부분 그런 상황들을 올렸을 뿐이다.
이번에는 실패한 아이템을 올려 보려 한다.
웅비의 출발당시 Main아이템은 Strip Door라는 비닐커텐이었고 거의 10여간 회사의 부동의 주력품목의 역할을
해주었다.
하지만 나의 머릿속에는 항상 바람에는 취약한 비닐커텐의 약점이 맘에 걸렸고 당분간 이 아이템을 필요로 하는
시장은 지속되겠지만 경쟁력을 가진 좀 더 나은 Door System이 있다면 언제든지 시장이 전환될 수 있다고
여겨졌고 IMF경제위기회복과 함께 회사들의 규모가 커지고 작업환경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면서 다소 비용부담은
되지만 밀폐성과 차단효과가 뛰어난 Speed Shutter로 전환되는 추세가 눈에 띄게 나타났다.
실제 영업현장에서 2가지방식을 놓고 고민하는 업체도 많이 보았고, 비닐커텐이 설치되어 있는 기본출입문을
고속으로 작동되는 고속 Sheet Shutter방식으로 대체할 것을 검토하는 업체들도 적지 않게 접하게 되었다.
그 판단기준의 결정적인 요소는 금액이었다.
예를 들어 당시, 그러니까 10여 년 전 기준으로,
4m(w) x 4m(h)의 출입문은 비닐커텐으로 설치할 경우 대략 8~90만 원 선인데 반해
고속Sheet Shutter는 500만원 ~800만 원 정도이므로 거의 7~8배 수준이었다.
그래서 일반 업체들이 고속Sheet Shutter를 설치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웠고
그래서 초기에는 잘나가는 대기업이나 제약회사, 대형식품회사들이 주로 채택했는데 공장들의 규모가 대형화되고
산업구조가 환경관리에 민감한 IT산업이나 바이오산업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또 식품위생조건들이 점점 더 엄격해지면서 비닐커텐수요와 함께 고속Sheet Shutter의 수요도 부쩍 늘어나고 있었
다.
실제로 비닐커텐견적을 제출한 업체에 얼마 후에 방문해 보면 고속Sheet Shutter가 설치되었다든가
우리 비닐커텐이 걸려 있던곳에 커텐이 제거되고 고속Sheet Shutter가 걸려 있는 걸 보니 착잡하기 그지없었다.
당시 고속Sheet Shutter를 취급하는 업체는 국내에 직접 제조하는 회사가 5~6개, 수입품을 취급하는 회사가
10여개정도 난립하였는데 외환위기 이후 수입제품들의 영업은 급격히 위축되었고,
수입품대리점을 하다가 국산화한 업체들이 주축이 되어 시장을 분할하고 있었다.
맘을 먹고 본격적으로 뛰어 들면 그 시점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아이템이었지만
기존 아이템들이 잘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모험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름대로 심사숙고 끝에 내린 판단은 기존 제품들과 부딪히지 않고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로 했다.
고속Sheet Shutter는 구동부가 제품원가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주로 이탈리아나 독일산, 일본제의 기어드모타를 사용하는데 수입모타가격만 100만원이 훨씬 넘고
컨트롤부와 구동부의 Cost가 제품원가의 50%이상 차지한다.
그리고 수입품이다 보니 환율과 납기 쪽에 항상 취약점을 안고 있었다.
가격과 납기에 경쟁력만 있다면 기존의 당사 고객들 중에도 잠재고객들이 얼마든지 확보되어 있으므로
최소한의 매출은 보장될 것이라 여겨졌다.
하지만 그런 막연한 기대만으로 기존 업체들이 기술과 실적을 바탕으로 꿰차고 있는 시장에 접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좀 더 삼빡한 아이디어가 없을까하고 궁리 끝에 나온 결론은 금액부담 때문에 설치를 망설이는
작은 사이즈의 출입구에 포커스를 맞추기로 했다.
3M이하의 작은 출입구에도 고속Sheet Shutter의 설치가격은 별로 차이가 나질 않는다.
왜냐하면 사이즈가 작아도 들어갈 부품은 거의 다 들어가고 설치비나 공과잡비도 별 차이가 없으므로
외장자재가 좀 줄어든다고 큰 금액차이가 날 것은 없으므로…….
수요자입장에서 볼 때도 문 크기가 절반밖에 되질 않는데 설치가가 10~20%정도밖에 차이가 나질 않으면 상대적으로
엄청 비싸게 여겨지기 마련이다.
부품을 국내산으로 대체하고 용량이 작은 제품전용으로 부속들을 대량 제작한다면
기존 제품의 절반정도의 판매가에도 충분히 제작이 가능할 것 같았다.
그리고 별도의 전기공사를 할 필요 없이 일반콘센트전원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반응이 좋을 듯싶었다.
2년여의 개발기간에 거쳐 출시된 제품은 예상대로 시장의 반응이 좋았다.(개발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별도의 개발만을 전담할 개발팀을 따로 꾸릴 수 없는 중소기업의 여건상 어쩔 수 없었다.)
기존의 실적이 없는 제품이 기존 시장에 파고들기란 쉬운 노릇이 아니었지만
그 동안 자동Strip Door나 Swing Door등의 특화된 Door제품들로 어느 정도 시장에서 이미지제고가 되어 있었고
또한 당사의 설치공사에 대한 거래처들의 평판이 괜찮은 편이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난관은 있었지만 초창기나 다른 아이템에 비해서 훨씬 수월하게 시장에 파고들 수 있었다.
시기적으로도 타이밍이 아주 좋았던 것 같다.
식품위생에 대한 사회전반적인 인식이 전환되면서 공장들의 관리규정이 강화되고
그에 따른 HACCP인증이나 GMP인증, 그리고 각종 국가단체나 지자제의 인증제도가 활성화되면서
고속Sheet Shutter의 수요는 급증하였고, 비용부담에 고민하던 업체들에게는 아주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제품출시 5년 정도가 지나자 Main Item의 하나로 자리매김을 하여 꾸준히 매출을 발생하는 효자품목이 되었는데
전혀 예측하지 못한 데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고속Sheet Shutter는 주로 지게차가 출입하는 출입문에 설치가 된다.
개폐 속도가 초당 1M이상이므로 3~4초이내에 개폐가 이루어지므로 지게차가 논스톱으로 출입이 가능하다.
처음 설치하면 작업자들이 문에 부딪힐까봐 문이 열리는 것을 확인하고 통과하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당연히
열릴 것으로 판단하고 멈춤이 없이 진행을 한다.
도어는 센서 등으로 감지되어 작동하는 데 위치나 각도에 따라서 감지를 못할 수도 있고, 전원이 차단되었든가,
장비자체의 오류에 의해 오작동도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지게차 앞에 적재물을 잔뜩 실고 이동하는 지게차 운전자들은 논스톱으로
통과하려할 경우 치명적인 충돌사고가 발생 한다.
문이 열리는 와중에도 그대로 통과하여 하단을 들이받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집계를 해 보니 A/S발생의 90%이상이 사용자부주의나 오작 등으로 인해 발생했다.
하지만 제품결함이든 사용자과실로 고장이 났든 관계없이 즉각 A/S요청이 들어오게 되고
대부분의 업체들은 2~3일을 못 기다려 준다.
왜냐하면 제품의 특성상 공장의 위생관리나 온도관리등에 직결되므로 고장의 주체가 누구인가에 관계없이
즉각적인 수리를 요청하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경우 유상처리가 되지만, 그 비용은 한참의 피곤한 과정을 거쳐서 실비로 처리가 되기 마련이고,
(업체 측의 직원들도 사고경위서를 쓰는 등 문책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인지라 난처한 경우도 많았다.)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어느 때고 발생하는 일이므로 계획적인 작업관리자체가 허용되지 않고
바쁜 일이 한참 진행되는 상황에서 A/S요청이 들어오면 참으로 미치고 팔딱 뛸 만큼 짜증이 난다.
출시된 제품이 100대에 육박하자 제품수주는 가만히 있어도 들어올 정도가 되었지만
이에 비례해서 A/S요청건수도 늘어만 갔다.
100대를 설치했다고 가정해서 제품 1대가 2년에 한번 문제를 일으켜도 1년에 50건의 A/S요청이 들어오고
그러면 일주일에 한 번꼴로 제품수리를 나가야한다는 결론이 나온다.(심한 업체는 1년에 2~3번이나 문제를 일으킨다)
이 제품만 전문으로 한다면 별개겠지만 매출비중이 5%도 안 되는 제품에 전담요원을 배치할 수 도 없는 노릇이고
심사숙고 끝에 이 아이템을 버리기로 결정했다.
아이템을 개발하기도 어렵지만 잘 나가는 아이템을 포기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걸 처음으로 알았다.
5년 이상 시장의 사방팔방에 잔뜩 뿌려놓고 전시회나 홍모매체등을 통해 잠재고객들을 만들어 놓은 제품을,
가만히 앉아 있어도 설치의뢰전화가 들어오는 제품을 접었다고 설명하며 포기하는 것은
한마디로 잘 지어놓은 농사를 갈아엎는 기분과 다를 바 없었다.
가서 설치만 해주면 몇 백만 원이 바로 들어오는 데 말이다.
제품제작용으로 Stock해 놓은 부품들은 다 폐품 처리해야 하는 것도 참기 어려운 노릇이었다.
제품은 접었어도 판매된 제품의 사후관리책임까지 없어지진 않는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회사수명이 짧은 우리나라의 기업현실이 이미 설치되었던 제품의 상당수가
폐업이나 부도등으로 없어진 기업들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원래 기분 좋와할 할 일이 아닌데...)
폐업이외에도 공장이전 ,공장개조공사등으로 출시된 제품의 절반이상이 자체적으로 폐기 처리되었다.
일부 업체에서 이전요청이 들어 왔지만 눈 딱 감고 이전작업은 안한다고 버텼다(미안해유~)
이 제품을 통해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앞으로 남고 뒤로 까지는 아이템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점과
A/S가 많이 발생하는 제품은 만들지도 팔지도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몇 년 해먹고 튈 게 아니라면.........
자기가 판 제품의 사후관리가 항상 부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기계, 전기장치가 들어가는 제품에서 고장이나 파손이야 발생할 수 있지만, 시장평균치보다 높으면 안 되고
또 일단 발생한 사안을 상대의 기대치이상으로 처리해서 고객만족을 주고 부정을 긍정으로 전환시키는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업체들이 중소기업에서 구입한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제 때에 제대로 A/S를 받을 수 있을까하고 우려를 한다.
또 5년이상 지나면 업체가 혹시 없어지지나 않았으까하고 걱정부터 하게 되는 게 우리나라의 중소제조업계의 현실이다.
사후관리만큼은 대기업수준은 따라갈 수 없지만 나름대로 잘 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 편이고 고객들에게도 점수가 나쁜 편은 아니라 자위한다.
어찌 보면 회사가 망하지 않아서 10여 년 전에 납품한 제품에 대해서도 대응을 해 줄 수 있다는 것 자체도
평가를 받아야 하지 않나싶다.
이제는 개발이나 제작 과정에서부터 고장이 최대한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해서 만들고 출시된 제품이 A/S요청이
들어오면 원인분석과 함께 같은 내용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노력에 항상 신경을 쓴다.
어렵게 개발한 아이템중 하나인
고속Sheet Shutter를 SWAP곡선상에 올려 놓고 접어야 하나 마나하며 오랫동안 혼자서 고민을 하다가
출시 중단한 게 2년이 다 되가는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중단시기가 적절했다는 느낌이 든다.
실패를 통해서 또 하나의 실패하지 않을 큰 경험과 교훈을 얻었다고 이제는 좀 여유있게 되짚어 보면서 말이다.
|
|
|
 |
|
벤처,이노비즈,그리고 코스닥등록의 허와 실(1) |
|
 |
|
反轉은 꼬리를 물고...(2)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