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기술,자금,인력등 모든 것이 열악한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의 제품을 개발하는 데에 이 정도의
고생을 안 해 본 기업이 얼마나 되겠는가? 하고 반문한다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나마 우리의 경우는 우여곡절 끝에 제품의 수준을 맞춰서 End User인 삼성전자에서 O.K Sign을 받았으니
망정이지 더 많은 고생을 하고도 결과가 좋지 못해서 뒷감당에 더 큰 고통을 감내해야하는 기업들에 비하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고사성어가 맞는 말이라면 고생 끝에 낙이 와야 할 것이고 그 결과로 웅비는 거기서
돈을 벌었어야 했다.
첫 번째 제품이 Pass되었으니 이제는 그 제품에서의 보완사항만 잘 챙기면 큰 문제없이 납품이 될 터이다.
그래서 萬古의 진리처럼 제품가보다 곱절이상 소요된 비용을 만회해야함은 물론, 까다로운 Spec을 맞춰주기 위해서
구입한 고가장비들(풍속계,진동계등)도 제 구실을 해야 할 것이고 고레까라는 슬슬 마진도 챙기고
또 그 실적을 바탕으로 전인권의 노래가사처럼 해~앵진하는 것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 뒤로 추가 주문을 받았고 2000년도 6월에 1대, 10월에 4대를 납품했다.
구태여 계산기를 두들겨 본다면 이 시점에서 원가기준이라면 똔똔정도 된 것 같다.
라인은 계속 증설한다고 하니 시간날 때 필요부품이나 자료등을 준비해 놓고 있다가 Order가 떨어지면
빠른 납기내에 설치해서 발주처기분 맞춰 주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 이후 한참이 지나도 평택정밀에서 연락이 없었다.
혹시나 해서 전화를 해 보니 삼성전자에서 라인증설이 연기되고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불과 몇 달 전에 2001년도 초순에 몇 대가 필요하고 또 이어서 몇 대가 들어갈 예정이니 준비하고 있으라는 했던
사람들이 2001년도가 다 지나도록 아무 연락이 없음에도 좀 미심쩍었지만 크게 부정적으로 생각하진 않고
있었으나 막상 담당자와 통화해보니 뭔가 석연치 않은 感이 왔다.
그 해가 저물어갈 무렵 마침 삼성전자에 방문할 일이 있어서 갔다가 혹시나 해서 현장을 들어가 보았다.
안면이 있던 직원에게 직접 전화를 해서 근처의 다른 파트에 업무상 들어왔는데 우리가 설치된 제품이 이상 없나
점검차 둘러보겠다고 하니 흔쾌히 출입을 허락했다.
막상 현장에 들어가 보니 반 이상이 텅 비었던 공간들이 설비라인으로 꽉 들어차 있었다.
그리고 신규로 증설된 라인의 중간 중간에 우리가 설치한 제품과 동일한 크린부스가 눈에 띄었다.
‘이런 개쉐이들’
일순간 말 그대로 꼭지가 돌아 버릴 정도로 열을 받았다.
만일 그 옆에 평택정밀에 담당자가 있었다면 그 자리에서 아구통을 갈겨 버렸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야말로 철저하게 농락당한 꼴이 된 셈이다.
혹자는 애당초 신성ENG의 일을 넘겨받은 셈이니 마찬가지 입장이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건 전혀 경우가 다르다.
우리는 이 일을 시작할 때 달랑 A4용지 2장에 주어진 Spec만을 받아 가지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서 기존 제품보다 더 나은 제품을 설치해줬다.(후속제품에서는 하자사항이 거의 없었으므로...)
첫 번째 제품이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되자 평택정밀에서는 F.F.U나 Control Unit의 Spec은 물론
구조물 연결브라켓이나 심지어 Bolt,Nut까지 Detail한 세부도면까지 요구를 해 왔고 처음에 좀 부담스러웠지만
End-User에게 기본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서류라고 하여 마지못해 응해 줬었다.
우리가 제공한 자료를 가지고 제품을 제작하는 것은 웬만한 제작업체라면 가능할 것이다.
한 가지 불찰이라면 만일 그게 기본사항이라면 먼저 거래했던 신성Eng에서도 받지 않았냐고 확인을 했어야 했었다.
우리 공장에 사전 시찰 나왔다며 장비에 붙어 있는 스틱커를 디카로 열씸히 찍어댈 때 최소한의 의심을 했어야 했다.
결국 기술부족을 시간과 몸으로 때워서 겨우 완성시켜 놓고나서 재주만 부려대고 팽당하는 꼴이 셈이다.
회사에 돌아와서 그 장비에 들어갈 만한 규격의 무정전비닐이 출고된 적이 있나 Check해 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추가로 설치된 분량만큼의 자재가 일정한 기간을 두고 신규거래처로 출고가 되었음이 확인되었다.
(그 Clean Booth에는 비닐커텐의 길이가 1M밖에 되질 않아 일반 업체들이 구입하는 Size와는 좀 다른 사양이라
바로 확인이 되었다)
웬만한 공조업체들은 다 파악을 하고 있는데 전혀 생소한 신규업체인지라 별로 관심을 두지도 않았었는데 완전히
虛를 찔린 셈이다.
그 업체에 전화해서 확인해 보니 원래 크린장비를 만드는 업체도 아니었다.
어차피 대전방지비닐은 우리에게서 구입을 해야 하니까 다른 공조업체에 넘겨주면 눈치챌까봐 그랬는지 아니면
일반공조업체들중에 그 까다로운Spec에 자기네가 제시하는 수준의 가격을 맞춰줄만한 파트너를 찾지 못해서
만만한 자기네 하청업체에 샤바샤바해서 넘겨줬는지 모르겠지만, 내 판단에는 보나마나 처음부터 後者쪽을 택해서
가격이 노출되어 있는 부품이나 장비들은 자기네가 책정하고 일반 철가공물 제작으로 하청을 주었을 것이다.
‘에이 더러븐 놈들 퉤퉤퉤‘
울화통은 치밀어서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궁색한 변명을 들어가며 입바른 소리를 해봤지만
보복조치를 해 줄만한 마땅한 수단이 별로 없었다.
알카에다나 헤즈볼라에 사주할 수도 없고 직접 가서 한바탕 뒤집어 놓기에는 너무 나이를 먹어 버렸다.
어느새 불혹의 나이에 깊숙이 들어왔으니...
단지, 앞으로 평택정밀이나 아니면, 그 하청업체에는 비닐공급을 중단하는 것과 또 그 쪽에 사용하는 용도라
판단되면 출고자체를 차단하는 것밖에.....
(하지만 그 인간들이 어떻게든 잔 머리 굴려 구입하려 한다면 막을 방법이 없겠지만)
그런데 일정기간후에 그 정확한 내막을 모르는 그 장비업체는 다시 주문을 해 왔다.
“안 팔어~ 현찰로 싸들고 와도 안팔고, 따따블로 준대도 안 팔어~ 이유는 나에게 묻지말고 평택정밀에다
물어 봐유~”
몇 번을 사정해도 거절하고 웅비에서 물건을 안 판다고 하니까 평택정밀에서 직접 구매해 달라고 요청하라고 했다.
나중에 직접 당사자도 아닌 애궂은 영세업체만 괴롭히는 것 같아 공급은 해 주었지만...........
아마 어느 정도 기간이 경과후 평택정밀에서도 우리 비닐제품구입을 해 갖던 것 같다.
단, 이 전에 105일어음결재조건을 더티플레이를 한 대가로 선입금은 물론, 일반 판매가에다 특별할증료를 붙이는
Special관리업체로 특별대우를 하여 모셨다.
결국 그 사건은 그렇게 끝나고 말았다.
남은 게 있다면 우리의 수준에 걸맞지 않게 과분하게 구입한 장비들....
그리고 쓰잘데 없이 까다로운 사양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
사실 삼성전자에서 제시한 Spec은 현장에서 사용상에 꼭 필요하고 중요한 사항이 아닌
단지 제품의 요구수준이었고 실제 현장에서도 거의 사용하지 않고 필요하지 않은 기능이 적지 않았다.
(예를 들면 풍속을 3Step으로 Control한다든가, F.F.U를 개별운전한다든가하는 기능들이 그랬고
진동도도 사용상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수준보다 훨씬 낮은 수치를 제시해서 그걸 맞추느라 생고생을 했지만..)
그 이후로 수많은 크린부스를 제작했지만 이런 기능을 적용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세상을 자꾸 삐딱하게 보게 되는 불신감,
구체적인 대상이라면, 자기네 끼리끼리 충분하게 이문을 남기면서 해먹으면서도
중소기업의 등골까지 빼먹으려는 대기업들에 대한 모멸감과 적대감만 증폭되었다.
이 경험을 계기로 대기업의 하청공사나 실수요자가 아닌 기업에 대한 제품출고는 End-User에게 우리가 직접
납품하는 경우나 그걸 확인 할 수 있는 특별한 Case가 아니면 철저하게 배제하는 원칙을 고수해 나갔다.
그리고 제품의 상세도는 제품을 못 파는 한이 있어도 절대로 사외에 반출시키지 않도록 했다.
국내 경제 여건에서 조그마한 소기업이 이런 방침을 세워서 고수한다고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는가?
아니, 가능이야 하겠지만 기업으로서 시장에서 살아남아서 성장해 갈 수가 있겠는가?
아마도 대부분의 소기업사장들의 답변은 부정적으로 모아질 것이다.
하지만 웅비는 그걸 고집해 왔고 지금도 그 원칙은 변함이 없이 지켜가고 있다.
(世間에 웅비사장이 똥뱃장부린다는 평은 이 부분에서 많이 작용했을 것이다.)
물론 단순하게 원칙만 세운다고 될 일은 아니고 나름대로 그러한 고집이 가능하도록 다각도로 노력을 경주했다.
첫째, 타사제품과 확연하게 차별화되는 자사제품을 만들자.
이건 원칙고수를 위한 필수사항일 것이다.
성능이든 기능이든 외관이든 고객이 구매결정을 끌어내지 못하는 제품가지고
공급자의 유리한 입장을 견지하려한다면 그거야말로 똥고집에 똥뱃장소리를 들어 마땅할 것이다.
둘째, 받을만큼받고 일시적인 이익을 좆아 원칙을 무시하지 말자.
사업이 결국은 돈을 벌자고 하는 일인데 눈앞에 놓여진 돈다발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다.
직접 시장에서 뛰어다니다 보면,
우리가 얼마를 제시하든지 우리에게 발주되는 Order,
타사가 너무 높게 제시해서 오히려 우리가 수주를 위해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한다는 오해,
관공서나 대기업에 끄나풀 갖고 사업하면서 제품 값을 두배로 뻥튀기하면서 나눠먹자는 기업들 등등.
이권이 있는 곳에서는 항상 별의별 형태의 시추에이션과 접하게 된다.
하지만 Case by Case로 접근하다 보면 나중에 그걸 별도 관리하는 D드라이브가 머릿속에 따로 없다면 언젠가
한계에 도달할 것이고 머리도 빨리 쉐고 오래 살지 못할 것이다.(나는 나이에 비해 새치가 별로 없는 편이다)
최근에는 아예 홈페이지에다 가격을 Open해 버렸다.(경쟁사가 즐비한데 이런 짓을 하는 업체는 현재 全無하다)
셋째, 남들이 쉽게 모방하지 못하는 제품을 만들자.
요즘은 인터넷이 일상화되어 시골구석에서도 제일 좋은 제품을 최저가로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는 세상이 되
었다.
검색창에 크린부스나 크린벤치만 입력해도 수십 개 업체가 수두룩 쏟아져 나온다.
예전처럼 그렇게 생소한 장비들도 아니고 또 조금만 뒤져보면 제품의 기능이나 성능을 파악할 수가 있다.
기술적으로도 크게 어려운 제품도 아니고 소비자는 무엇으로 제품을 선택할 것인가?
시장에 널려있는 제품들과 비슷한 제품으로 승부하려 한다면 앞에서 언급한 원칙은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철재를 가공해서 도장 작업한 제품, 스테인리스로 제작해서 고가 수요자를 겨냥한 제품이 대부분이다.
자재값, 임가공비 뻔하고 거기에다 인건비 관리비,마진을 붙여서 꾸려나가야하는 데 많은 경쟁업체속에서
서로 대박 터지게 싸워서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영업력? 실적? 지명도? 연줄?........ 리베이트?!!....
시장제품과 차별화 시킬 제품을 만드는 건 당연한 생존방향이고 그래서 만들어진 게 AL(알루미늄)제품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다용도용 프로파일로 만드는 업체로 있지만 그걸로 제품을 구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오직 장비전용인 우리만의 독자적인 자재모델을 갖추는 것이다.
Copy를 우려할 수도 있지만 크게 신경 쓰진 않는다.
왜냐하면 AL제품은 용접이 안 되므로 연결Bracket가 없으면 구성이 어렵고 또 각 부위마다 각기 다른 골조와
부품들이 들어가야 하고 자체개발한 AL Structre에 맞는 부품들은 시중품이 거의 없으므로 전용금형을 만들어
야 하는데 부스나 벤치하나 만드는데 들어가는 부품금형이 수십 가지가 되고 또 직발주외에는 제품출고를
하지 않으니 쉽게 접근할 부분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현재 판매되고 있는
당사의Clean Booth, Clean Bench, Air-Shower, Pass-Box등의 크린장비들이다.
누가 인정을 하든 말든 나는 우리 Clean장비들이 현재 국내시장의 수준에서 성능이나 가격대비 충분히 名品소리를 들을 만
하다고 자부한다.
세월이 참 빠르다.
평택정밀과의 惡緣도 벌써 8년 전의 일이 되어 버렸다.
한편으로는 발전의 Motive를 제공한 업체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변신하는 동안 그들도 든든한 Family그룹 삼성의 후견아래 잘 꾸려가고 있는 것 같다.
촌스러웠던 평택정밀이란 회사명은 휘닉스디지탈텍으로 바꾸고 곧 코스닥상장할 것 같더니
아직도 등록이 안 된 걸 보면 뭔가 문제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 때 애증의 대상이었던 A과장은 아직도 다니고 있을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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