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르노삼성자동차에서 단일 건으로는 금액기준으로 가장 큰 주문을 받았다.
본사직영 전국 10개사업장에 비닐Partition설치공사인데 부산대리점에 3개사업장을 넘겨주고도 1억이 넘는 작업이다.
몇년전에 구미의 LG정보통신이 평택의 LG전자와 통합하면서 1억원대의 설치작업을 한 게 최고금액이었는데 그 기록을 갱신한 셈이다.

하지만 그렇게 썩 고무되거나 신바람나는 기분은 아니다.
6개월이상 끌어오다가 결정된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 아이템 특성상 년말이 되면 항상 주문이 밀린다.
금년도 예외는 아니다.
이 시즌에 대형 오더는 오히려 적지않은 고객들의 주문을 미루거나 포기해야하므로 거기에 따르는 손실도 만만치 않다.
더구나 적지 않은 수출주문도 받아논 상태라서 더욱 그런지 모르겠다.
"초심을 잃지말아야지"하면서도 사람은 역시 간사한 동물이라서 어쩔 수 없는건지...

첫주문의 감격은 아직도 기억속에 생생하다.

웅비를 지하골방에서 오픈하고나서 대리점건으로 일본도 갔다오고 시장조사한다고 을지로 방산시장을 누비고 다니고,플라스틱협회인가에 가서 자료구걸하고, DM을 발송해 보려고 식,음료협회를 찾아가서 회원명단을 사정사정해서 입수해서 발송도 해 보고 별로 잘돌아가지 않는 머리속에서 생각나는 짓은 다 해가면서 부산을 떨어 보았지만 전화통은 조용히 잠만 자고 있었다.

광고를 하지않고 고객을 기다리는 건 어둠속에서 윙크를 하는거라고 했던가?
도저히 않되겠다싶어 잡지광고를 시도하기로 했다.
IEN이라고 당시에 유일한 타블로이드판(신문의 1/2크기판) 잡지가 있었다.
외국잡지사의 국내법인이었는데 꽤 지명도도 있었고 그래서 그런지 광고료도 만만치 않았다.
그 잡지에다 한달에 40만원도 넘게 주고 반면도 채 않되는 4/9광고를 싣었다.
잡지나 신문광고를 첨 낼 때 다 그랬겠지만 왜 그리도 아까웠던지.....
또 광고가 나가고 한참이 지나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전화통을 바라보다 보면 꼭지가 돌아가서 머리통에서 벨소리가 울릴려고 했었다면 과장 표현일까?

좌우지당간 몇달을 인내심을 갖고 구리알같은 쌩돈을 퍼부은 결과 간간히 전화통이 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그 해 6월 중순 감격스럽고도 요란스러운 첫 주문을 수주했다.

업체명도 잊혀지지 않는다.
대현코포레이션이라고 포장기계를 오퍼하다가 자체개발생산하는 중소기업이었는데 노량진역바로옆 대로변에 조그마하게 사무실겸 공장을 운영하는 업체였다.
나중에 회사규모가 상당히 커져서 지방에다 공장도 크게 짓고 언론의 경제란에 가끔 보이기도 했는데 몇년전에 부도소식을 보고 좀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내 물건을 제일 먼저 사 준 고객인데....(그 업체는 그런 줄 알았으면 사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3번인가를 찾아가서 겨우 받아낸 주문은 비닐 2t x 300mm 3롤. 당시 견적가로 72만원 들어간 걸 10% 깍아서 64만8천원 거기다가 우수리 8천원 떼어내고 64만원짜리 주문을 받아낸 것 이다.
최종적으로 발주서를 받는 날 그야말로 기분이 업되어 표정관리하느라 무던히 애를 썼던 것 같다.

입학시험에 합격했을 때도, 장가 갈 때도, 첫아들을 봤을 때도 그렇게 감격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기쁜 마음도 잠시, 불과 15분을 가질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노량진역앞은 엄청 붐비는 곳이다.
고물 승용차를 끌고 갔는 데 마땅하게 주차할 곳이 없어 길 건너편에서 대방동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유한양행옆 골목길에 양쪽으로 주차구획선이 있었다.
업체와 시간약속을 해 놓은지라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 횡단보도선에 걸쳐서 차를 대놓고 간게 화근이었다.
불과 30분도 되질 않게 업무를 마치고 나왔는데 차가 안 보이는 것이었다.
한참을 헤메다가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빨간줄쳐진 종이쪽지를 하나 주워들고나서야 내차가
견인된 걸 알 수 있었다.
이런 걸 호사다마라 하나? 심하다...
택시타고 여의도 견인차주차장에 가서 과태료와 견인료 6만원을 내고 차를 찾아서 끌고오면서 오늘은 웃어야 하는 날인지 울어야 하는 날인지 머리속에서 결정을 못하고 티격태격하는 다툼을 들어야 했다.

* 아래 사진은 대현코포레이션 공장에 설치된 사진이다.

용접과 연마등의 가공작업을 하면서 발생한 먼지나 금속가루등이
비닐커텐이 쳐진 건너편의 선반,밀링등의 정밀가공공정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 설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