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사업의 기본요건을 열거하였지만 그 중에서 첫째를 꼽는다면 Item(material)이라고 본다.
일단 팔 물건이 있어야 사업을 개시할 것이 아닌가?
웅비TS의 시작Item은 Strip-door이다.
이 제품은 일본에 잠깐 나가있었을 때 눈여겨 봤던 품목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 제품을 주력제품으로 할 계획은 갖고 있지 않았다.
내가 가장 관심을 가졌던 제품은 Speed Shutter였다.
당시에는 국내에 제조업체가 없었고 누구나 보면 호기심을 유발하는 제품이였기에 더 더욱 욕심이 났다.
미국의 라이텍社나 일본의 타카후시社등에 일단 질러나 보자는 식으로 들이밀어 보았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이후에도 이 제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가 자체개발제품으로 직접 만들어서
상품으로 출시하게 된 게 2002년초였으니 10년도 넘게 짝사랑했다고 해야하나?
뱁새가 황새를 뭐빠지게 따라가봐야 가랭이만 아프고 현실적으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Item이 절실한 시기였다.
유압식 드럼운반기, 문구용 고무자석, 조립식침대,소파등을 대상으로 일본으로 뻔질나게 Fax를 날려댔다.
물론 Strip-door도 포함해서....
그런데 시장조사중에 일본의 비닐커텐Sample이 의외로 품질이 뛰어나고 시장성이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당시에 비닐커텐은 프랑스의 마비플렉스사가 수입품으로 독점적인 시장을 점유하고 있었고,
그보다 품질이 많이 떨어지는 국내제품이 저가품으로 판매되고 있었는데 체계화된 홍보전략도 없이
구전이나 설치된 현장의 소개로 판매되는 양상이었다.
문득 일본의 공장이나 창고에서 손쉽게 눈에 띄었던 기억들이 떠오르며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몇번의 Fax교환을 하면서 내가 너희 제품을 열심히 팔아줄 테니 대리점계약을 해달라고 요청을 해봤지만
이 회사는 이전에 한국업체로부터 그런 제의를 숱하게 받았던지라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너희가 물건을 주문한다면 판매나 응원은 해 주겠다, 하지만 한국의 다른 업체가 주문하면 공급안한다고는 말하기는 곤란하다.
대리점관련사항은 나중에 너의 능력이 검증되고 우리가 판단해서 너에게 독점권을 줄 만하다고 인정되면 그때 생각해 보자"
이런 식이었다.
참으로 애매모호한 일본식 답변이었다.
아직까지 한국에 들어온 적이 없는 제품을 열씸히 홍보하고 판매를 해서 일정궤도에 오른 시점에서
누군가 더 유리한 조건으로 들이밀었을 때 손을 잡을 수도 있다면 그 때는 나는 재주만 부리는 곰꼴이 될 게 뻔 한데
그런 조건이 수용한다는 건 자존심이 허락치 않았고 또한 국가적으로도 무시당한 느낌이었다.
어찌보면 참 맹랑한 자존심이다.
쥐뿔도 없으면서 자존심운운한다는 게...
그 보다 좀 이른 시기에 우연히 알게된 동료가 있었다.
서울대 원자력공학과를 나와서 외국유학까지 같다 온 친구였다.
오파상을 차리고 2년째 쌩고생을 하고 있던 참에 외국에서 고철을 수입하려하던 시기에 내가 포철출신이라하니 뭔가
도움이 될까해서 몇번 만나 술좌석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의 친구들은 다 사회적으로 안정된 자리를 잡아가는 터에 뚜렷한 실적이 없이 밑천만 까먹고 있던 터라
당시 내가 처한 입장과 처지가 비스므리했던 것 같다.
그 친구가 그랬다.
이 상황에 자존심이 다 뭐냐?
일단 성공을 하지 않으면 자존심이던 나발이던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거다.
돈만되면 쇠고랑차지 않는 범위에서 무엇이든지(설사 마약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중국 한나라 고사"과하지욕(跨下之辱)"에 나오는 한신처럼 백정의 가랑이를 기어가면 어떻냐는 거다.
결과가 좋으면 지저분한 과거는 다 정당화될 수 있다?
도의적이던 합법적이던 다 떠나서 적어도 내 성격상 그게 허용되질 않았다.
몇번의 줄다리기끝에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판다고 직접 담판을 지으러 일본으로 건너 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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