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
새로 OPEN한 식당이나 상점의 벽에서 쉽게 눈에 띄는 성경의 한 귀절이다.
그런 문구를 인용하는 것 자체가 사치스러웠다 싶을 정도로 1991년도의 4월은 너무도 초라했다.
포항제철에서 11년의 허송세월을 보내고 올라와서 4년여간은 몇권의 책을 엮어도 될만큼, 평범한 삶의 패턴을 벗어난 변화무쌍한 경험의 기간이었다.
영어회화를 배우겠다고 송탄에 있는 공군기지촌에 가서 인형가게종업원을 몇달하다가,
구로공단의 모전자회사에서 생산직여공들과 손톱만한부품을 만들기 위해 납땜냄새 맡아가며 1년정도 씨름하다가,
이건 도저히 아니다싶어 그만두고 나와서 친구와 동업으로 당시로선 생소한 업종의 하나이었던 출장파티사업을 시작하였다가 몇개월 못가 의견충돌로 접고,
박종팔선수의 스폰서이기도 했던 강남 신사동의 대형 일식집의 영업부장으로 들어가 새로운 바닥의 경험을 하기도 했고,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노동시장에 겁도 없이 혼자서 뛰어들어가 노가다판에 불법취업을 하기도 했고,
넥타이와 스카프를 수출하는 회사에도 들어가서 반년정도 일해보고...
무역을 배워 보겠다고 오파상에도 들어가서 몇달을 다니고...
한치앞도 내다보지도 볼 수도 없던
그야말로 매일매일이 삶이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내 직성에 도저히 남의 밑에서 일을 할 수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동네철공소라도 좋으니 내 소신대로 주관대로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고 시작한 게 웅비통상의 바로직전단계였다
우선 기본 시공기술을 배우겠다고
고물승용차의 뒷트렁크에 용접기와 기본공구를 싣고 친구와 후배녀석과 함께 건설현장으로 몇개월 정도 돌아다닌 후 지금의 시흥유통상가의 13평짜리공장동에 둥지를 틀고 가까운 지인들을 초대해서 돼지머리와 북어대가리를 올리고 <웅비산업>의 간판도 멋들어지게 올려놓고 너의 창대를 기대하였으나
세상은 준비되지않은 자의 환상과 요행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았다.
90년도 10월에 Open한 웅비산업은 날개짓(매출부가세신고)한번 못해보고 비참하게 접어야만 했다.
서초구 서초동의 법원단지앞에서 조그만 건물의 지하2층에 10평남짓한 사무실인지 창고인지을 빌려서 속기사사무실로 쓰던 젊은처자들이 얼마안되는(월20만원이었던가?) 임대료를 그나마 줄여보겠다고 그 작은 사무실을 반을 쪼개서 재임대를 놓은 곳으로
철제책상 2개,팩스겸용 전화기, XT컴퓨터 한대, 그리고 자질구레한 비품 몇개를 들고 들어간 게 1991년도 3월이었다.
그리고 그 지하실한귀퉁이에 혼자서 쪼그리고 앉아서 간이 파티션으로 금그어 놓은 건너편 아가씨들 수다들을 애써 모른척하면서 하루종일 한통도 오지 않는 전화를 쳐다보면서 애궂은 담배만 태우며 재기를 기약하던 시절이 벌써 16년전의 일이 되어 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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